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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장 바람에 흔들리는 유리 종 삼키기


출입구 쪽의 사람들에게서 창밖으로 시선을 돌리자 거기에는 퇴근 때보다 더 짙어진 아침 6시의 어둠이 있었다. 지하철 안의 사람들이 고개를 숙이고 무표정하게 저마다의 핸드폰을 보며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이 창문에 반사되어 보였다. 무표정의 사람들의 흔들림을 사이에 두고, 나는 내릴 준비를 했다.

 다음 정거장에서 앞쪽으로 몇 사람이 내리면서 문이 열렸다. 출입구 난간에 서 있던 나는 나가기도 전에 들어오려는 사람들을 밀치고 에스컬레이터에 올라섰다. 늘 가던 홍대입구 2번 출구로 나와 학교로 걸어가면서 음악을 듣는다. 날이 추워서 귀가 얼얼해 들리지도 않는 노래 가사를 머릿속으로 되뇌이면 학교에 금방 도착한다.

 역시 방송실에는 아직 아무도 없었다. 아무도 없는 방송실에서 혼자 갖는 시간이 좋았다. 그래봤자 다른 애들보다 20여 분 먼저 등교하는 것뿐이었다. 아침에 생기는 1~2분의 여유가 다른 시간대보다 더 길게 느껴진다. 같은 60초라고 하더라도 내가 만끽하고, 느끼는 시간은 몇 배로 늘어났다. 바쁜 고등학교 생활 중에 가장 여유로운 시간이 바로 이 시간이다. 온전히 나를 나답게 내버려 둘 수 있는 시간.

 아침 조회는 간단하다. 의례적인 선생님의 훈계가 담긴 짧은 멘트, 친구들의 말장난, 어제 연락한 동생들의 디엠 확인, 동아리의 업무협조요청. 각자 자신들만의 규칙이 있다. 남들이 알아볼 수 없는 형식으로 자신만의 시간을 보내는 친구들도 있고 자신의 것을 보여주고 싶어하는 유형의 친구들도 있다.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널브러진 교실은 매일 시끄럽고 서로의 웃음거리가 된다.